생명에 대한 외경/찬미받으소서

Ⅰ. 기술: 창의력과 힘[102-105항]

즐거운예언자 2024. 6. 19. 23:59

I. 기술: 창의력과 힘 


102. 인류는 자신의 기술력 때문에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는 두 세기에 걸친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물려받았습니다. 여기에는 증기 기관, 철도, 전신, 전기, 자동차, 비행기, 화학 산업, 현대 의학, 컴퓨터 공학과 더불어 좀 더 최근에는 디지털 혁명, 로봇 공학, 생명 공학, 나노 공학이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을 기뻐하고 우리 앞에 계속 펼쳐지는 엄청난 가능성에 흥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과학과 기술은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 창의력의 놀라운 산물”81이기 때문입니다. 유용한 목적을 위하여 자연을 변화시키는 것은 인류가 그 시초부터 지녀 온 특징입니다. 기술 그 자체는 “인간이 점차 물질적 한계를 넘어서도록 촉구하는 내적 긴장을 나타냅니다.”82 기술은 인간을 위협하고 제한하는 많은 폐단들을 개선해 왔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발전, 특히 의학과 공학과 통신의 발전을 어찌 인정하지 않고 고맙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대안들을 마련해 준 많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의 업적을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103. 기술 과학이 방향을 제대로 잡는다면, 유용한 가전제품부터 대형 운송 수단, 교량, 건물, 공공장소에 이르기까지 인간 삶의 질을 증진하는 데에 매우 소중한 수단을 생산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기술 과학은 아름다움을 창출해 내어 물질세계에 존재하는 인간이 아름다움의 세계로 ‘도약’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항공기나 마천루의 아름다움을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훌륭한 미술 작품과 음악 작품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적 도구들을 사용한 이들이 의도한 아름다움을 통하여, 그 아름다움에 대한 관상을 통하여, 비약적 도약이 일어나 결국 인간 고유의 충만함에 이르게 됩니다.

104. 우리는 핵에너지, 생명 공학, 컴퓨터 공학, 그리고 우리 자신의 유전 정보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우리가 이룩한 많은 다른 능력들이 우리에게 엄청난 힘을 가져다준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엄밀히 말해서, 이러한 능력들은 온갖 기술 지식, 특히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재원을 확보한 이들이 인류 전체와 온 세상을 강력하게 지배할 수 있게 해 왔습니다. 일찍이 인류가 이 정도의 힘을 지닌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 현재 그러한 힘이 쓰이는 용도를 살펴보면 그 무엇도 그러한 힘이 지혜롭게 사용되리라는 것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20세기 중반에 투하된 핵폭탄과 더불어 나치즘, 공산주의, 여러 전체주의 정권들이 수백만의 사람을 살상하려고 개발한 엄청난 기술의 동원을 생각해 보기만 하면 됩니다. 현대전에 동원되는 더 치명적인 무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토록 엄청난 힘이 누구의 손에 있고 결국 이 힘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겠습니까? 소수의 사람들이 이 힘을 차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105. 사람들은 힘이 늘수록 “진보”가 이루어지고, “안전, 유용성, 복지, 활력, 가치 충만의 증가”83가 이루어진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마치 실재와 선과 진리가 이러한 기술과 경제의 힘에서 저절로 생겨난다고 여기는 것과 같습니다. “현대인들은 힘을 올바로 사용하는 교육을 받지 못한”84 것이 사실입니다. 이 엄청난 기술 발전에 인간의 책임과 가치관과 양심의 발전이 함께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모든 시대는 그 시대가 지닌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인류가 자신이 당면한 도전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자유의 규범이 아니라 이른바 유용성과 안전만이 요청되는” 경우에는 “인간이 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할 위험이 지속적으로 증가합니다.”85 인간은 완전히 자율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의 자유는 무의식, 즉각적인 욕구, 이기주의, 잔인한 폭력의 맹목적인 힘 앞에 무너질 때 병들게 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간은 아무런 통제 수단도 없이 커져만 가는 자기의 힘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형식적인 수단들은 마련해 두었으나, 실제로 한계를 정하고 냉철한 자제력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건전한 윤리와 문화와 영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출처 - https://www.cbck.or.kr/Notice/20210427?gb=K1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