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대한 외경/찬미받으소서

Ⅲ. 일상생활의 생태론[147-155항]

즐거운예언자 2024. 6. 29. 23:59

Ⅲ. 일상생활의 생태론


147. 참다운 발전을 논하려면 그것이 인간 삶의 질의 온전한 증진을 이루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인간의 삶이 전개되는 공간에 대한 분석이 포함됩니다. 이 주변 상황은 우리의 인생관과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우리는 방, 집, 일터, 동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환경을 이용합니다.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어떤 환경이 무질서하고 혼란스럽거나 시청각적 공해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지나친 자극이 온전하고 행복한 정체성을 형성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해합니다.

148. 주어진 조건의 악영향을 개선하고, 무질서와 불확실성 안에서도 자신의 삶의 방향을 깨달아 환경의 제약을 초월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창의력과 관대함은 경탄할 만합니다. 예를 들면, 건물의 외부는 많이 낡았어도 그 집 내부를 잘 관리하거나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우의로 아늑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습니다. 한집에 사는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서로 도우며 화목하게 살아가면 언뜻 보기에는 살기 힘든 환경에서도 환한 빛이 흐르게 됩니다. 때때로 가난한 이들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룩하는 인간 생태계는 칭찬받을 만합니다. 친밀하고 따뜻한 인간관계를 쌓아 간다면, 공동체를 이룬다면, 관계망 안에서 친교와 소속감을 느끼는 모든 사람이 환경의 제약에 상응하는 내적 보상을 받는다면, 인구 밀도가 점점 높아지는 주거 지역 때문에 생기는 질식감을 없앨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 어떤 지역이든 더 이상 지옥이 아니라 존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149. 화합하지 않거나 개방되지 않거나 통합 가능성이 없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빈곤은 잔혹 사건과 범죄 조직의 착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가 매우 심각한 거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대도시에서 날마다 체험하는 사회적 익명성의 영향으로 뿌리 의식이 없어지고 이는 반사회적 행동과 폭력을 낳게 됩니다. 그럼에도 저는 사랑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은 자아의 벽을 무너뜨리고 이기주의의 장벽을 극복하는 공동체 체험으로 소속감을 지니고 더불어 살아가면서 인구 과밀의 상황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적인 치유의 체험이 때로는 한 건물이나 동네의 개선을 위한 창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117 

150. 생활 공간과 인간 행동의 상호 관계를 고려하여, 건물, 동네, 공공장소, 도시를 설계하는 이들은 인간의 사고방식, 상징체계, 행동 방식의 이해를 돕는 여러 학문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설계의 아름다움의 추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간 삶의 질, 인간과 환경의 조화, 만남과 상부상조와 같은 또 다른 아름다움에도 도움이 될 때 더욱 값진 것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 계획의 분석에 관련 지역 주민들의 견해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51. 소속감, 뿌리 의식, ‘편안함’을 증진하는 공공장소, 명소, 도시 경관을 가꿀 필요가 있습니다. 도시의 여러 지역이 잘 통합되는 것이 중요하고, 또한 지역 주민들이 도시 전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공간이라 여기지 않고 자기 동네에만 갇혀 살기보다는 하나라는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시와 농어촌의 경관을 바꾸는 경우에 지역의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이 전체적인 것을 풍부한 의미를 지닌 일관된 틀로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을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우리’의 일부로 여길 수 있습니다. 똑같은 이유로, 도시와 농어촌에서 모두, 일부 지역들을 인간의 개입으로 일어나는 지속적인 변화에서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52. 주택 부족은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대도시만이 아니라 농어촌 지역에서도 심각합니다. 국가 예산은 대개 수요의 일부만을 충족시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가난한 이들만이 아니라 사회의 다른 많은 구성원들도 집을 마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집을 마련하는 것은 인간 존엄과 가정의 발전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인간 생태론의 핵심 과제입니다. 임시 판자촌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을 완전히 몰아내기보다는 먼저 그 지역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난한 이들이 오염된 도시 근교나 위험한 집단 거주지에서 살아갈 때, “고통이 가중되지 않도록 그들을 다른 곳으로 이전시켜야 할 경우에는 사전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여 알맞은 주거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직접적인 관련자들을 그 과정에 참여시켜야 합니다.”118 동시에, 창의력을 발휘하여 낙후된 지역을 살기 좋은 도시로 통합하게 해야 합니다. “해로운 불신을 극복하고 다른 이들을 온전히 받아들여 바로 이 통합을 새로운 발전 요인으로 만드는 도시들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건축 분야에서도, 다른 이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으며 알아 가는 공간들로 가득 찬 도시들은 얼마나 매력적입니까!”119

153. 도시에서는 삶의 질이 교통 체계와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교통 체계는 종종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 주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한두 사람만 승차한 많은 차량들이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교통 혼잡을 초래하고 공해를 악화시키며 엄청난 양의 비재생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또한 도시의 경관을 망가뜨리는 많은 도로와 주차장의 건설이 필요하게 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이러한 교통수단의 근본적 개선이 없으면 필요한 몇몇 조치들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수용되지 못할 것입니다. 많은 도시들에서 사람들은 과밀, 불편, 긴 배차 간격, 불안 때문에 품위 없는 대접을 견뎌야만 합니다.

154. 인간 고유의 존엄성의 존중은, 사람들이 도시 생활에서 감내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생활과 흔히 마찰을 빚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소외와 무시를 당하는 농어촌 지역 주민들의 처지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농어촌에는 공공 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좀 더 존엄한 삶에 대한 권리도 희망도 없이 노예의 처지로 추락하는 노동자들이 존재합니다.

155. 인간 생태론에는 또 다른 심오한 측면도 있습니다. 곧 인간의 삶과 우리 본성에 새겨진 도덕률이 맺는 필연적 관계, 곧 더 존엄한 환경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관계를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사람은 존중해야 하며,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는 본성도 지니고 있다.” 라는 사실에 토대를 둔 “인간 생태론”120에 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의 몸이 우리가 환경과 그리고 다른 피조물들과 직접적 관계를 맺게 해 준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의 몸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인정하는 것은 이 세상을 하느님 아버지의 선물이며 우리의 공동의 집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데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은 종종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피조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됩니다. 우리 몸을 받아들이며 돌보고 그 의미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참다운 인간 생태론의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또한 이성과의 만남에서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으려면, 여성성이나 남성성을 지닌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창조주 하느님의 작품인, 나와 다른 남자나 여자라는 특별한 선물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서로를 풍요롭게 할 수 있습니다. “성적 차이에 대처하는 법을 모르니 그 차이를 없애야 한다.”121 라고 주장하는 것은 건전한 태도가 아닙니다.

[내용출처 - https://www.cbck.or.kr/Notice/20210427?gb=K1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