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대한 외경/찬미받으소서

Ⅲ. 현대 인간 중심주의의 위기와 영향 - 연구에서 비롯한 생물학적 혁신[130-136항]

즐거운예언자 2024. 6. 24. 23:59

연구에서 비롯한 생물학적 혁신

130. 제가 말씀드린 인간과 피조물에 대한 철학적 신학적 전망에서는 이성과 지성을 부여받은 인간이 완전히 배제되어야 하는 외적 요인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인간 생활에 필요한 경우, 인간이 동식물계에 개입할 수 있고 동식물을 이용할 수 있지만,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동물에 대한 실험이 “합당한 한계를 지키고, 인간 생명의 치유와 보호에 이바지할”106 때에만 정당하다고 가르칩니다. 교리서는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고 “동물을 불필요하게 괴롭히며 마구 죽이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어긋나는 것”107이라고 단언합니다. 모든 동식물의 이용과 실험은 “피조물 전체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요구”108합니다.

131. 여기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균형 잡힌 입장을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교황께서는 과학과 기술 발전의 혜택이 “하느님의 창조 활동에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할 인간 소명의 숭고함”에 대한 증거라고 강조하시면서도 “우리는 생태계의 한 영역에 개입할 때에 그러한 개입이 다른 영역에 미치는 결과와 미래 세대의 행복에 대하여 모두 마땅한 관심을 기울여야”109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께서는 “유전학과 같은 다른 학문의 도움을 받아 분자 생물학을 연구하고 응용하고 그 기술을 농업과 산업에 적용하여”110 얻은 혜택을 교회가 높이 평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셨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이 그와 같은 개입의 부정적 영향을 간과하는 “무분별한 유전자 조작”111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지적하셨습니다. 인간의 창의력을 제지할 수는 없습니다. 예술가에게 그 창의력을 발휘하지 말라고 할 수 없듯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위한 특별한 은사를 받은 이들이 다른 이들에게 봉사하도록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능력을 이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커다란 위험을 지닌 형태의 힘을 보여 주는 인간 활동의 목적과 효과와 맥락과 윤리적 한계에 대하여 끊임없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132. 바로 이러한 틀 안에서 동식물계에 인간이 개입하는 것에 관한 모든 성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기에는 오늘날 물질세계의 잠재력을 착취하려는 생명 공학을 통한 유전자 조작이 포함됩니다. 신앙이 지닌 이성에 대한 존중은, 생명 과학이 경제적 이익에 좌우되지 않는 연구를 통하여 생물의 구조와 그 가능성과 변형에 관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주의를 촉구합니다. 어찌 되었든 “하느님께서 의도하신 피조물의 본질에 따라 자연이 발전하도록”112 자연에 영향을 주는 개입은 정당합니다. 

133. 의학이나 농업 분야의 식물과 동물 유전자 변형에 대하여 일괄적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여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와 관련된 위험은 그 기술 자체 때문이 아니라 부적절하거나 지나친 기술 적용 때문에 발생합니다. 사실 유전자 변형은 자연에서 자주 발생되어 왔고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개입으로 비롯된 변형도 현대적 현상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동물 길들이기와 교잡 육종과 더불어 오래된 여러 일반적 관행들이 있습니다. 유전자 변형 곡물의 과학적 개발은, 식물 게놈 변형을 자연스럽게 일으키는 박테리아의 관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연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천천히 진행되어 현재의 기술적 진보가 이룩한 빠른 속도와는 비교될 수 없습니다. 비록 그러한 속도가 수 세기에 걸친 과학적 발전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하여도 비교되지 않는 것입니다. 

134. 비록 유전자 변형 곡물이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없고, 일부 지역에서는 그러한 곡물의 이용이 경제 성장을 가져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지만, 여전히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중대한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많은 지역에서 이러한 곡물이 도입되어 비옥한 농토가 소수의 손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는 “개간 농지 부족으로 직접적인 생산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군소 생산자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113 때문입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고, 많은 농촌 일꾼들은 결국 도시의 빈민가로 이주하게 됩니다. 유전자 변형 작물의 증산은 복잡한 생태계망을 파괴시키며 생산 작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현재와 미래의 지역 경제에 영향을 끼칩니다. 여러 나라에서 곡물 생산과 그 재배에 필요한 여러 상품들의 생산을 독과점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번식력이 없는 종자가 생산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러한 의존성은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농민들은 대규모 생산자에게서 그 종자를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135. 분명 이러한 문제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그에 관련된 모든 윤리적 측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광범위하고 책임 있는 과학적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모든 가능한 정보를 고려하고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정보가 모두 제공되지 않고 정치적, 경제적, 이념적인 특정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선별됩니다. 이는 다양한 문제들에 관하여 모든 변수를 고려하는 균형 잡힌 신중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만듭니다. 직간접적으로 어느 모로 관련된 모든 이(농민, 소비자, 행정 당국, 과학자, 종자 생산자, 농약 살포 농지 근처 주민 등)가 자신들의 문제를 알리고, 현재와 미래의 공동선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믿을 만한 충분한 정보를 얻는 논의의 장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는 복합적인 환경 문제이기에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그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는 독립적이고 학제적인 연구를 위한 자금 지원 노력이 필요합니다. 

136. 다른 한편으로, 일부 생태 운동에서는 환경의 온전함을 수호하고 과학 연구의 제한을 정당하게 요구하면서도, 때로는 동일한 원칙을 인간 생활에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인간 배아를 연구할 때 모든 제한을 넘어서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양도할 수 없는 인간 가치가 인간의 발전 수준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이처럼 기술이 위대한 윤리 원칙들을 경시하면 결국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장에서 살펴본 대로, 윤리를 배제한 기술은 자기 힘을 스스로 통제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내용출처 - https://www.cbck.or.kr/Notice/20210427?gb=K1200 ]